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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에게 독약을 먹인 살인자 약혼남
서바이벌 게임의 종착역이 고요하게 내려앉았다. 테이블을 사이에 둔 세 사람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 있었다. 식탁 위에는 겉보기에 아무런 차이가 없는 캡슐 세 알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그중 두 알은 생명을 연장해 줄 해독제였고, 나머지 한 알은 치명적인 독약이었다. 규칙은 잔인하리만큼 단순했다. 살아남는 자는 게임의 승자가 되어 100억 원의 상금을 차지하지만, 잘못된 선택을 한 자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이 도박판에 마지막까지 남은 건 나, 나의 약혼자 서준, 그리고 내 친동생 지수였다. 선천적인 심장병을 앓고 있는 지수는 울먹이며 내 팔을 붙잡았다. “언니, 난 어차피 살날이 얼마 안 남았잖아.” 지수가 오열하며 말을 이었다. “독약은 내가 먹을게. 언니랑 서준 오빠는 꼭 살아서 나 대신 엄마 아빠 잘 챙겨줘, 응?” 가슴에 바늘이 박히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나는 차오르는 눈물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캡슐을 각자 나누어 가진 뒤, 나는 마지막으로 그들을 눈에 담았다. 그리고 내 몫의 약을 삼키려던 찰나였다. 갑자기 누군가 내 손목을 거칠게 낚아챘다. 뼈가 으스러질 듯한 힘이었다. 고개를 들자, 차가운 조명 아래 서 있는 강서준의 얼굴이 낯설게 일그러져 있었다. “은수야, 지수는 네 동생이야.” 그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이 약, 지수한테 줘.”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장외 통신 기기가 켜졌고, 화면에 부모님의 얼굴이 나타났다. 엄마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그러나 단호하게 소리쳤다. “은수야, 지수 임신했어! 어떻게 동생이랑 조카까지 한꺼번에 죽이겠다는 거야? 해독제는 무조건 지수 거야!” 그 순간, 흩어져 있던 조각들이 맞춰지며 잔인한 진실이 드러났다. 내 동생과 내 약혼자는 이미 몰래 정을 통하고 있었고, 내 부모는 그 사실을 이미 다 알고 있었다.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배신감의 한기가 몰려왔다. 그런데도 나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저들은 잊고 있는 모양이다. 지금 내 손에 든 이 약이 정말 ‘해독제’일지 아닐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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