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편이 돼주신 시어머니

GoodNovel new 완결

나는 시어머니와 단둘이 여행을 떠났다. 호텔에 짐을 풀고는 곧장 수영장으로 내려왔는데 불현듯 화려하게 치장한 여자가 코를 막으며 우리를 쏘아붙이는 것이었다. “여기가 어떤 곳인지 알고는 있어요? 어쩌다 이런 곳에 아무나 들이게 된 거죠? 혹시 몰래 들어와서 수영장 공짜로 이용하려는 거 아니에요? 이런 인간들이랑 같이 수영장 쓰려니 무슨 전염병이라도 옮을까 봐 걱정돼 죽겠네!” 그 여자의 말 한마디에 나와 시어머니는 순간 찬물을 끼얹은 듯 기분이 잡쳤다. 나는 이내 표정을 굳히고 차갑게 받아쳤다. “호텔 수영장은 누구나 이용하는 공공시설이에요. 투숙객이라면 누구든 올 수 있다고 알고 있는데요. 그렇게 불쾌하시면 집에 개인 수영장이라도 만드시든가요.” 여자는 내 말에 눈썹을 치켜올리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감히 나한테 이딴 식으로 말을 해? 너 내가 누군지 알아? 이 호텔 내 남편 거야! 여기서 제일 비싼 스위트룸은 내 전용이라고! 꺼져 얼른! 촌스러운 냄새 풍기면서 물 더럽히지 말고. 역겨워 죽겠어.” 나와 시어머니는 시선이 마주쳤고 서로의 눈빛에서 차갑게 얼어붙은 냉기를 느꼈다. 이 호텔은 박태준의 소유인데 그가 언제부터 딴 여자의 남편이 돼버린 걸까?

챕터 (1)

第1章

나는 시어머니와 단둘이 여행을 떠났다. 호텔에 짐을 풀고는 곧장 수영장으로 내려왔는데 불현듯 화려하게 치장한 여자가 코를 막으며 우리를 쏘아붙이는 것이었다. “여기가 어떤 곳인지 알고는 있어요? 어쩌다 이런 곳에 아무나 들이게 된 거죠? 혹시 몰래 들어와서 수영장 공짜로 이용하려는 거 아니에요? 이런 인간들이랑 같이 수영장 쓰려니 무슨 전염병이라도 옮을까 봐 걱정돼 죽겠네!” 그 여자의 말 한마디에 나와 시어머니는 순간 찬물을 끼얹은 듯 기분이 잡쳤다. 나는 이내 표정을 굳히고 차갑게 받아쳤다. “호텔 수영장은 누구나 이용하는 공공시설이에요. 투숙객이라면 누구든 올 수 있다고 알고 있는데요. 그렇게 불쾌하시면 집에 개인 수영장이라도 만드시든가요.” 여자는 내 말에 눈썹을 치켜올리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감히 나한테 이딴 식으로 말을 해? 너 내가 누군지 알아? 이 호텔 내 남편 거야! 여기서 제일 비싼 스위트룸은 내 전용이라고! 꺼져 얼른! 촌스러운 냄새 풍기면서 물 더럽히지 말고. 역겨워 죽겠어.” 나와 시어머니는 시선이 마주쳤고 서로의 눈빛에서 차갑게 얼어붙은 냉기를 느꼈다. 이 호텔은 박태준의 소유인데 그가 언제부터 딴 여자의 남편이 돼버린 걸까? 제1화 사실 나와 시어머니는 조용히 여행을 즐기고 싶어서 체크인할 때 따로 신분을 밝히지 않았는데 이런 봉변을 겪게 될 줄이야. 조금 전까지 웃음꽃을 피우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싸늘하게 식었다. 사업가로서 늘 당당하셨던 시어머니는 그 여자를 노려보며 단호하게 맞섰다. “고작 너 따위가 누구한테 명령이야? 당장 썩 꺼져야 할 건 너야. 교양 없는 티 내지 말고 저리 비켜. 악취 풍기니까.” 분노로 어쩔 줄 몰라 하는 여자를 무시한 채 시어머니가 내게 말했다. “지아야, 우리 계속 수영하자. 저 여자는 신경 쓰지 마. 돌아가서 태준이한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같이 확인해 보면 돼!” 우리에게 무시당한 여자는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이내 그녀의 얼굴에 악의적인 미소가 떠올랐다. “좋아. 수영이 그렇게 좋으면 오늘 물속에서 나올 생각 마!” 그녀는 전화를 걸어 한 남자를 불러냈다. 남자는 공손한 태도로 물었다. “장미 씨, 저 찾으셨습니까? 혹시 수영 가르쳐 드릴까요?” 여자는 나와 시어머니를 가리키며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도빈아, 저기 저 두 여자한테 따끔하게 ‘교육’ 좀 시켜줘. 아주 주제넘게 구는 것들이야.” 도빈이라 불리는 남자는 그녀의 의도를 단박에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세요, 장미 씨. 저 수영 코치잖아요. 물속에서 사람 괴롭히는 건 선수예요!” 그가 물속으로 뛰어들더니 나와 시어머니가 방심한 틈을 타 시어머니의 머리를 낚아채 물속으로 거세게 짓눌렀다. 연세가 있으신 시어머니께서 그의 힘을 당해낼 리 없었다. 물을 잔뜩 들이켜며 필사적으로 버둥거렸다. 나는 그 광경을 보고 경악하여 얼른 달려가 그 남자를 밀쳐내려 했다. 하지만 그는 예상외로 민첩해서 오히려 나를 물속으로 밀어 넣어 몇 모금이나 물을 마시게 했다. 마지막 순간, 나는 틈을 타 그의 팔을 있는 힘껏 물어뜯었다. 그제야 그 남자도 손을 놓았다. 나는 황급히 시어머니를 안아 올렸다. 어머님은 이미 사레가 들려 눈이 뒤집히기 직전이었다. 폐가 터지라고 기침을 하고 나서야 겨우 숨을 몰아쉬었다. 평생을 강하게 살아오며 비즈니스 업계를 주름잡았던 분, 전국 각지에 호텔을 세우며 어디를 가든 존경받는 분이었는데 언제 이런 치욕을 겪어보셨겠는가. 시어머니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여자에게 소리쳤다. “이게 사람 잡는 짓인 거 몰라?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어! 당장 변호사 불러서 널 고소해버릴 거야.” 한편 여자는 태연하게 웃었다. “죽으면 어때서? 내 남편은 전국에 호텔을 백 개도 넘게 가지고 있어. 하루에 버는 돈이면 너희 집구석 전부 헐값에 사버릴 수도 있다고. 나한테 덤비기 전에 누구인지 제대로 알아봤어야지. 변호사? 너희 같은 것들이 변호사 수임료나 감당할 수 있을까?” 이 호텔은 시어머니가 내 남편 박태준에게 경영을 맡긴 여러 호텔 중 하나였다. 그런데 저 여자가 마치 주인 행세를 하듯 날뛰는 모습이 너무나도 의아했다. 설마 박태준에게 또 다른 아내가 있는 걸까? 나는 시어머니의 등을 토닥이며 진정시키고는 침착하게 물었다. “저기 혹시... 남편 이름이 박태준 씨인가요?” 그녀는 오만함으로 가득 찬 표정으로 답했다. “맞아요. 그쪽은 어느 정도 눈치가 있네요. 지금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하고 수영장 청소까지 한다면 봐줄 수도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 남편 왔을 때 두 사람 모두 큰코다칠 줄 알아요.” 그 순간 내 마음이 차갑게 얼어붙었다. 나에게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던, 오직 나만 바라보겠다던 박태준이 정말 외도를 한 걸까? 제2화 곧이어 내 시선이 그 여자의 쇄골에 새겨진 장미 문신에 꽂혔다. 박태준의 복근에 새겨진 것과 똑같은 문양이었다. 그는 내가 장미를 좋아해서 특별히 새긴 거라고 했었다. 그때는 감동받았던 기억이 생생한데, 결국 다른 여자와 하는 커플 문신이었던 것이다. 오늘 이렇게 우연히 마주치지 않았더라면 박태준 이 인간이 오래전부터 밖에 여자를 숨기고 지내온 걸 끝까지 몰랐겠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지만, 역설적이게도 머리는 더 차갑게 식었다. 나는 그녀의 위선을 정면으로 찔렀다. “그런데 제가 알기로 박태준 씨 아내분은 성이 ‘이’ 씨인데요. 그쪽과는 전혀 다르게 생겼고요. 내연녀 주제에 뭐가 이리 당당해? 뻔뻔해서 정말! 지금 당장 박태준 불러와. 대체 어떻게 우리를 ‘큰코다치게’ 만든다는 건지 내 눈으로 똑똑히 확인해야겠으니까.” ‘내연녀’라는 내 말에 여자의 얼굴이 벌겋게 일그러졌다. 그녀는 증오심에 찬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사랑에 순서가 어디 있어! 사랑받지 못하는 쪽이 진짜 제삼자지. 마침 오늘 남편이 나한테 오기로 했어. 지금 당장 오라고 할 테니까 딱 기다려!” 그녀는 전화를 걸더니 꿀이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로 변했다. “태준 오빠, 언제 와? 나 지금 호텔 수영장에서 아줌마 둘한테 괴롭힘당했어. 혼자 너무 무서우니까 빨리 와서 나 좀 도와줘. 그리고 앞으로는 여기 수영장 나만 쓸 수 있게 해줘. 요즘 새로운 기술도 배웠는데 오빠만 기다리고 있단 말이야.” 전화를 끊자 그녀의 표정은 승리감과 허영심으로 가득 찼다. “30분 뒤에 온대. 두 사람 이제 끝났어. 내 남편은 너희 같은 것들 처리할 방법이 차고 넘치거든!” 나와 있을 땐 지고지순한 사랑꾼인 척, 뒤에선 다른 여자와 노닥거리는 박태준의 실체를 생각하니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다. 그런 내 반응을 본 시어머니도 상황을 직감하신 듯 이를 악물며 분노를 토해냈다. “박태준, 이 짐승 같은 놈! 어쩜 제 아비랑 똑같아! 이 모든 건 내가 준 거니까 얼마든지 다시 거둬들일 수 있어!” 시어머니는 불륜을 무엇보다 혐오했다. 젊은 시절, 시아버지가 젊은 모델과 외도를 저지르는 바람에 이혼하고 홀로 사업을 일구며 아들을 키워냈다. 그렇게 어렵게 키워낸 아들이 제 아비와 똑같이 뒤통수를 칠 줄이야. 시어머니의 성함은 정 씨, 전국에 백여 개가 넘는 호텔을 소유한 거물급 경영자였다. 최근 몇 년간 박태준에게 경영 일선을 일부 맡기긴 했지만, 실질적인 결정권은 여전히 시어머니께 있었다. 그리고 나 이지아 역시 박태준에게 뒤지지 않는 명문가 출신이다. ‘박태준, 네가 과연 우리 앞에서 어떤 변명을 늘어놓는지 한번 지켜볼게.’ 그때, 시어머니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려가는 것을 보자 나는 덜컥 겁이 나서 시어머니를 부축해 물 밖으로 나와 옷을 갈아입으려 했다. 그런데 그 내연녀가 손짓 한번 하더니 도빈은 즉시 물 밖으로 튀어 올라 사다리를 타고 올라오던 시어머니를 향해 가차 없이 발길질을 했다. 시어머니는 그대로 물속으로 곤두박질쳤고 나는 다급히 시어머니를 건지려 했다. 물가에 서 있던 여자는 그 꼴을 보며 박장대소했다. “꼴좋다! 꼭 물에 빠진 오리들 같네. 그렇게 물속에 처박혀 있는 걸 좋아하더니 평생 그러고 지내시지? 도빈아, 우리 태준 오빠 오기 전까지 절대로 저것들 물 밖으로 못 나오게 해.” 도빈은 연신 굽신거리면서 대답했다. “걱정 마세요, 장미 씨. 완벽하게 임무 수행할게요. 나중에 박 대표님 오시면 제 칭찬 좀 많이 해주셔야 합니다?” 그 뒤로 우리가 어떻게든 물 밖으로 나가려 할 때마다 도빈은 사정없이 우리를 발로 차서 밀어 넣었다. 체력은 바닥을 드러냈고 시어머니는 가슴을 움켜쥔 채 헐떡거리며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나는 그런 시어머니를 내 몸에 기대게 한 채 물가에 대고 절규했다. “당신들 미쳤어? 진짜 사람 죽일 셈이야? 우리 어머니 심장 질환이 있다고! 당장 비켜, 올라가게 해달란 말이야! 박태준 오면 너희 전부 끝장이야.” 도빈은 겁이 났는지 여자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그녀는 코웃음을 치며 비릿하게 웃었다. “어디서 수작질이야? 나이 처먹은 여자들이란, 틈만 나면 심장병 연기라니. 아까는 그렇게 팔팔하게 수영만 잘하더니? 도빈아, 저기 온수 시스템 좀 꺼버려. 어디까지 버티나 한번 보게!” 제3화 박태준의 내연녀, 그 여자의 미친 짓에 나는 분노가 차올라 관자놀이가 욱신거렸다. “똑똑히 들어. 여기서 누구 한 명 잘못되기라도 하면 너희는 바로 체포야. 경찰이 오면 아무도 못 도망쳐!” 하지만 그녀는 여유롭게 와인을 한 모금 마시며 오만하게 받아쳤다. “야, 쇼하지 마. 올라오고 싶으면 빌라고. 아까는 그렇게 기세등등하더니 우리 남편 온다니까 무서워졌니?” 심장병을 앓고 계신 시어머니는 화병에 연이은 익사 위기까지 겹쳐 이미 한계에 다다른 상태였다. 어머님의 고통스러운 신음을 듣자 나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어떻게든 시어머니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나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자존심을 버리고 사정이라도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시어머니가 내 팔을 꽉 잡고 말씀하셨다. “지아야... 내 평생 누구 앞에서도 고개 숙인 적 없다. 하물며 이런 근본도 없는 상간녀에게 빌 수는 없어. 엄마는 괜찮으니 조금만 더 버티자. 태준이 오면 절대 용서 안 할 거야. 걱정 마라. 한평생 남편에게 당하고 살아온 내가 이번엔 반드시 네 편이 되어줄 테니.” 우리가 끝까지 굴복하지 않자 여자는 음흉하게 눈을 굴리더니 도빈에게 지시했다. “주방 가서 얼음 두 통만 가져와. 이분들 더위 좀 식혀드려야겠어.” 수영장에 쏟아진 얼음 때문에 물 온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나는 뼛속까지 파고드는 한기에 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렸다. 게다가 시어머니의 입술은 이미 새파랗게 질렸고 의식마저 가물가물해졌다. 어머님의 뺨을 두드려봐도 반응이 없었다. 나는 필사적으로 시어머니를 부둥켜안고 가장자리로 헤엄쳐 갔지만 도빈은 막대기로 우리를 거칠게 밀어냈다. 나는 애가 타서 눈물이 고인 채 비명을 질렀다. “우리 어머니가 죽어간다고! 당장 올라가게 해줘. 진짜 무슨 일 생기면 이 호텔도 무사하지 못할 거야! 박태준이 오면 너희들 다 가만 안 둬!” 수영 코치였던 도빈은 어머님의 안색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는지 주춤하며 여자에게 말했다. “장미 씨, 저기 저 나이 드신 분 진짜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데요? 일단 올려보내는 게 어떨까요? 수영장에 시체라도 나오면 장미 씨도 나중에 이용하기 찝찝하잖아요. 게다가 박 대표님도 장미 씨가 살인을 저지르는 건 원치 않을 거예요. 대표님이 화나시면 저 직장 잃을 수도 있어요.” 여자는 잠시 생각하더니 코웃음을 쳤다. “결국 자기 밥그릇 걱정이었어? 나도 사람 죽일 생각은 없어. 저렇게 뼛속까지 고집불통이니 문제지. 말했잖아. 싹싹 빌면 고려해본다고. 아직 죽을 정도는 아닌가 봐? 어디까지 버티나 한번 보자고.” 도빈은 그 여자의 기세를 등에 업고 나를 비웃었다. “잘 들어 둬. 여기 서장미 씨는 박 대표님의 여자야. 이 호텔은 오직 장미 씨만을 위해 존재하고 모든 건 장미 씨 뜻대로 돌아가. 애초에 당신들 입장부터가 잘못됐어. 살고 싶으면 당장 사과하고 싹싹 빌어. 끝까지 눈치 없이 군다면 아무도 너희 못 도와줘!” 나는 입술이 터지도록 깨물었다. 사경을 헤매는 시어머니를 보니 자존심이고 뭐고 신경 쓸 겨를이 없이 힘겹게 입을 뗐다. “제가 이렇게 빌게요. 일단 우리 어머님부터 올라가게 해줘요. 심장병이 있어서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고요.” 서장미가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그녀는 짐짓 비아냥거리는 투로 내뱉었다. “조금 전엔 나보고 내연녀라며 뻔뻔하다고 했잖아? 다시 말해봐. 이지아 그 천한 년이 내연녀이고 난 박태준의 진짜 아내라고 똑똑히 말해.” 서장미는 자신이 내연녀라 불리는 것에 극도로 예민했다. 무엇보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이지아’라는 존재를 뼛속까지 질투하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바로 그 당사자라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나를 짓밟았다. 손톱이 살을 파고들어 손바닥에서 피가 배어 나왔다. 나는 굴욕감을 삼키며 한 글자씩 내뱉었다. “이지아 그 천한 년이 내연녀이고 서장미 씨는 박태준의 진짜 아내예요. 이제 됐죠? 제발 어머님 좀 올려보내 줘요!” 그녀는 만족스러운 듯 웃음을 터뜨리곤 사악한 얼굴로 덧붙였다. “내가 아까 고려해본다고 했지? 방금 고민해봤는데 너희들 올려보낼 생각 없어.” 제4화 나는 분노가 치밀어 서장미의 멱살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제 마지막 카드로 시어머니의 신분을 밝혀야만 했다. “서장미 씨! 이건 정말 선 넘었어요! 이분은 박태준 씨 어머니예요. 만약 이분한테 무슨 일 생기면 태준이 왔을 때 절대 그쪽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서장미는 깔깔거리며 비웃었다. ”역시 너희 같은 빈털터리들이나 할 법한 수작이지. 조금 전까지 어머니라고 부르더니 어떻게 갑자기 박태준의 엄마가 돼? 오늘 내 수영 기분이나 망치고 말이야. 너희들 따끔한 맛 좀 봐야겠다. 다음부턴 외출할 때 눈 똑바로 뜨고 다니게!” 어머님은 내 품 안에서 몸을 파르르 떨었다. 호흡은 점점 가늘어졌고 심장병 증상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었다. 당장 응급약을 먹지 않으면 정말 목숨이 위험했다. 나는 눈시울을 붉히며 목이 터지라 외쳤다. “살려주세요! 제발 누가 좀 도와주세요! 여기 사람이 죽어가요...” 하지만 텅 빈 수영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도빈도 슬슬 겁이 났는지 서장미에게 조심스레 말했다. “장미 씨, 만약 진짜로...” 다만 그녀는 도빈의 말을 자르며 사람 목숨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가볍게 쏘아붙였다. “괜찮아. 저런 아줌마들은 오히려 젊은 사람보다 체력이 좋아. 다 연기하는 거야. 태준 오빠 곧 온다니까. 오면 그때 올려보내 줄 테니까 조금만 더 놔둬. 죽을 거였으면 벌써 죽었겠지.” 몇 분만 늦어도 골든타임을 놓치고 어머님이 영영 숨을 거둘지도 모른다. 순간 나는 절망이 심장을 옥죄어 왔다. 그때 마침 호텔 지배인이 달려왔다. 나는 그를 붙잡고 악을 썼다. “살려주세요! 우리 어머니가 심장병이 도졌어요! 제발 좀 끌어 올려서 구급차 불러주세요!” 지배인은 몇 년 전 어머님을 딱 한 번 뵌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알아보지 못했다. 그는 어머님의 상태를 보고는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이쪽에서 사고가 났다는 말을 듣고 서장미에게 잘 보이기 위해 달려왔는데 하마터면 사람 잡을 뻔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서장미의 심기를 건드리느냐 아니면 사람 목숨을 구하다가 자신의 직장을 잃느냐. 그는 재빨리 계산기를 두드렸다. 그리고는 서장미를 보며 억지 미소를 지었다. “장미 씨, 일단 저 사람들 물 밖으로 나오게 하는 게 좋겠어요. 정말 여기서 사고라도 나면 이 수영장 다시는 못 쓰게 될 겁니다.” 서장미는 지배인을 힐끗 보더니 오만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좋아요. 지배인님 체면 봐서 그만하죠.” 지배인의 신호에 도빈이 서둘러 어머님과 나를 물 밖으로 끌어 올렸다. 이미 바닥에 늘어진 시어머니는 미동조차 없었다. 나는 숨을 고를 겨를도 없이 탈의실로 달려가 가방을 챙겨왔다. 황급히 심장약을 털어 어머님 입에 넣으려는 순간, 서장미가 글쎄 발로 약통을 걷어차서 수영장에 던져버렸다. 나의 분노를 비웃듯 그녀가 차갑게 쏘아붙였다. “됐어, 연기 그만해. 물 밖으로 꺼내 줬으면 된 거 아니야? 당장 꺼져. 앞으로 내 눈앞에 띄지 마라. 이번만 인심 써서 살려주는 거야.” 눈이 뒤집힌 나는 이성을 잃고 달려들어 서장미의 뺨을 후려쳤다. 그리고 눈물을 쏟으며 악을 썼다. “어머님께 무슨 일 생기는 날엔 너랑 박태준 절대 가만 안 둬!” 그녀는 내가 감히 자신을 때릴 줄은 몰랐던지 버럭 고함을 질렀다. “이 미친년이! 이래서 봐주면 안 된다니까. 그냥 물속에 처넣어 죽게 놔뒀어야 했는데!” 내가 다시 달려들려 하자 도빈과 지배인이 내 어깨를 낚아챘고 서장미는 그 틈을 타 내 뺨을 연신 강타했다. 얼굴이 화끈거리는 고통에 비로소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렇게 지체하다간 어머님이 죽겠다는 생각에 필사적으로 몸을 비틀어 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뒤, 떨리는 손으로 박태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태준아, 어머니 심장병이 도졌어! 지금 가온 호텔 수영장이야. 당장 근처 의료팀 보내! 조금만 늦으면 어머니 목숨이 위험하다고!” 하지만 박태준의 목소리는 짜증으로 가득했다. “너희 엄마 심장병 있는 거 알면서 평소에 관리를 어떻게 한 거야? 나 지금 회의 중이니까 알아서 구급차 불러.” 박태준은 잔인하게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 순간 나는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심장병을 앓는 사람이 본인 엄마라는 것조차 모르는 한심한 인간이었다. 그때 서장미가 입구 쪽을 향해 환희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태준 오빠, 드디어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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